잡담혁재 팬들이 비를 그렇게 좋아했던 것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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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24-03-27 22:12 3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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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이 맥락이지...
오랜 시간 디앤이 음악은 제자리걸음이었고, 그 와중에 솔직히 컨셉도 그게 그거였어. 땡겨든 배드든 제로든 뮤비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고 가사도 트렌디함이랑 거리 멀었고. 솔직히 나 비.에이.디.밷.밷. 이 가사 듣고 머리 짚었다. ㅠㅠ 이게 2020년대에 존재할 수 있는 가사라니 싶어서 ㅠㅠ 그래도 말할 수 없었지. 아이돌팬은 그런 존재니까.
퀄리티에 만족 안 되는 활동이 이어지는데도 그저 그러려니 넘어간 건 그때까진 그게 슈주의 부차적 활동으로 인지됐기 때문이었지. 디앤이 몸집이 점점 커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다같이 SM 울타리, 슈주 울타리 안에 있는 이상 어디까지나 메인은 단체 활동이고, 유닛은 부가적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. 그래 부가적인 활동 하면서 자기들 하고싶은거 한다는데 어쩌겠냐, 그냥 반 포기하고 있었던 거지 퀄리티에 대해서.
그러다 be를 만났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었겠어...
비에는 사유가 있었어.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만든 게 보였다고. 그래서 가사, 안무, 뮤비, 의상컨셉 뭐 하나 따로 노는 게 하나도 없었어. 모든 요소가 한 데 모여 자연스럽게 완성되는, 퀄리티 높은 '작품'이었어. 자전적인 이야기를 언어적으로도, 비언어적으로도 이렇게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. 그동안 늘 문제였던 시대에 뒤떨어져 나쁜여자 착한여자 타령하는 가사들, 다 비슷비슷한 음악들 아니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거. 지금까지 하던 것과 전혀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거. 그게 우리한테는 새로운 충격이었지.
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비를 좋아했던 거지. 단순히 혁재 솔로라서 좋아했던 게 아니라.... 혁재 혼자 하는 무대라서 좋았던 게 아니라. 누군가는 그저 혁재 팬이니까 혁재 솔로에 미치는 거구나 생각했겠지만 나는 정말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가능성을 보게 된 기분이었어. 뜻밖의 곳에 길이 있었구나. 이거라면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혁재를 볼 수 있고, 나도 그 좋은 퀄리티의 작품 누리며 행복할 수 있겠구나. 하고.
팬들은 슈주가 뭘 만들어내든 늘 호의로 대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야. 싫어도 어지간해선 싫다고 말하지 않고, 좋으면 120% 150%가 아니라 열배 스무배로 좋아하지. 팬들도 보는 눈이 있어. ㅠㅠ 단지 너무 사랑하니까 어지간한 건 다 감싸주려 할 뿐이야. 늘 좋다고만 하는데 어떻게 이걸 판별해야 하나 난감하기도 하겠지만, 팬들이 유독 더 좋아하는 컨텐츠에는 이유가 있는거고, 반대로 그 이전 것들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뜻일수도 있다는 걸 혁재도 슈주도 알았으면 좋겠어.
이번 일이 너무너무 속상하고 혁재가 그랬다는 만큼 우리도 상처입었지만, 그래도 여기서 멈출 게 아닌 이상 이 점에 대해서 서로 생각 좀 해봤으면 좋겠어. 트위터에서 누가 그러더라. 깊은 사유가 없으면 좋은 작품은 안 나온다고. 그러니까 더 많이 보고 듣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많은 생각을 접했으면 좋겠다고. 이번 일도 전혀 나쁜 의도가 아니었는데 왜 이걸 그렇게 생각하지? 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...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각도 있다는 거(심지어 대부분의 2030 여성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),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배경이 있다는 거. 이런 걸 잘 생각해보면서 시야를 넓혀서 앞으로의 날들에 적용했으면 좋겠어. 나는 여전히 혁재를 믿으니까 ㅠㅠ 혁재가 앞으로 잘 헤쳐갈 수 있다고 믿을래...ㅠㅠㅠㅠㅠㅠ 그게 지금 내 진심이야...
댓글목록
같은 이유로 그래서 나는 최근에 예성이가 낸 앨범 좋더라. 좀 덜 대중적일지리도 곡에 알맞는 유기적인 앨범 컨셉에, 본인이 사유하고 고심해서 구축한 본인 세계를 드러내는 공들인 앨범이라는 게 느껴져서 가치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.